Page 197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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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197
그래서 옛사람(백장스님)은 “불성의 의미를 알고자 한다면
상황 속에서 일어났던 인연을 살펴보도록 하라”고 하였다.왜
듣지도 못하였는가?운문스님은 거량하기를 “어떤 스님이 영운
(靈雲)스님에게 ‘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시지 않았을 때는 어떠
하냐’고 묻자,영운스님은 불자(拂子)를 곧추세웠다.그 스님이
‘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신 뒤에는 어떠하냐’고 하자,영운스님
은 또다시 불자를 곧추세웠다”라고 하였다.
운문스님은 여기에 대하여 착어하며 말하였다.
“처음에 한 것은 적절했지만 그 다음에 한 행동은 적절치 못
하다.”
또다시 말하였다.
“(연꽃이)‘나왔다’또는 ‘안 나왔다’라는 말을 안 했더라면,
그대가 질문을 할 짬인들 있었겠느냐?”
옛사람의 일문일답은 기연과 상황에 딱 들어맞아서 잡다한
게 없었다.그대가 언구(言句)에서 찾는다면 끝내 관계가 없다.
그대가 말에서 말을 깨치고,뜻에서 뜻을 깨치며,기연에서 기
연을 깨쳐,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한가롭게 된다면 지문이 대답
한 뜻을 알게 될 것이다.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지 않았을 때는 어떠합니까?”
“ 우두(牛頭)스님이 사조(四祖)스님을 뵙지 않았을 때는 어떠
합니까?”
“ 반석(斑石)에 혼돈(混沌)이 나뉘지 않았을 때는 어떠합니까?”
“ 부모가 태어나지 않았을 때는 어떠합니까?”
운문스님은 이에 대해 말하였다.
“예로부터 오늘날까지 이는 한 가지 일일 뿐이다.옳고 그름
도 없고,잘잘못도 없으며,태어남과 태어나지 않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