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5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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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205
염라대왕은 높은 벼슬도 두려워하지 않소이다.
언제나 상당법문에서 “낱낱이 하늘과 땅을 뒤덮도록 하라!”
고 했다.결코 현묘를 말하지 않으며,또한 마음을 논하거나 성
품을 말하지도 않았다.(본래의 면목을)그대로 드러내니 마치
큰 불덩이와 같아 가까이하면 얼굴을 데고,또한 태아(太阿)보
검과도 같아 머뭇거리면 목숨을 잃는다.생각하거나 방편에 걸
려서는 영판 틀려 버린다.
한편 백장(百丈)스님이 황벽(黃檗)스님에게 “어디로 갔다 왔
느냐”고 하자,황벽스님은 말하였다.“대웅산에 버섯 따러 갔다
왔습니다.”백장스님이 묻기를,“범을 보았느냐?”고 하자,황벽
스님이 갑자기 호랑이 우는 시늉을 했다.백장스님이 도끼를 들
어 찍는 시늉을 하였다.황벽스님이 느닷없이 백장스님의 뺨을
후려갈기니,백장스님이 히쭉히쭉 웃으면서 바로 법좌(法座)에
올라 대중에게 말했다.“대웅산에 범 한 마리가 있으니 그대들
은 조심하라.나도 오늘 한 차례 물렸다.”
조주스님은 으레 스님만 보면 “전에 여기 온 적이 있느냐”고
물었으며 “네,왔었습니다”라고 말하든지,“아닙니다.와 보지
못했다”라고 대답하든지,조주스님은 항상 “차나 마시고 정신
차려라!”고 말하였는데 원주(院主)가 물었다.“스님께서 평소 스
님들에게 물은 후 왔다고 하거나 안 왔다고 하거나 모두 ‘차나
마시고 정신 차려라!’하시니 그 뜻은 무엇입니까?”이에 조주
스님은 “원주야!”하고 부르자,원주가 “네!”하고 대답하니,조
주스님은 또다시 “차나 마시고 정신 차려라”라고 하였다.
자호(紫胡)스님은 절 문에다 패(牌)를 세워 두고 그 팻말에다
다음과 같은 글을 써 놓았다.
< 자호에 한 마리 개가 있다.이 개는 위로는 머리를,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