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4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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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봉스님이 털어놓기를,“그 후 덕산에 이르러,‘대대로 내려
                 오는 부처님의 종지를 저도 얻을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까?’하
                 고 물었더니,덕산스님이 한 차례 방망이를 내리치면서 ‘무슨
                 말을 하느냐?’하였는데,나는 그때 마치 통 밑바닥이 빠진 것
                 과 같았습니다”라 했다.
                   암두스님은 마침내 큰 소리를 지르면서 말하였다.

                   “그대는 듣지도 못했는가?‘밖에서 갖고 들어온 것은 가문의
                 보배가 아니라’고 하는 말을.”
                   “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 훗날 큰 가르침을 드날리려고 한다면 낱낱이 자신의 가슴속
                 에서 흘러나온 것을 가지고,그대 자신을 하늘 끝,땅 끝까지
                 뒤덮도록 하라!”
                   설봉스님이 그 말에 크게 깨치고 예배를 올린 후 연거푸 외
                 쳤다.

                   “오늘 비로소 오산(鰲山)에서 도를 이루었다.오늘 비로소 오
                 산에서 도를 이루었다.”
                   그 후 민(閩:복건성)땅으로 돌아와 상골산(象骨山)에 머무
                 르면서 몸소 송을 지었다.

                     인생은 잠깐 사이 빠르기도 한데
                     뜬 세상에 어찌 오래 살 수 있으랴.

                     서른두 살 나이로 비원령(飛猿嶺:복주)을 넘어
                     민 땅에 들어서니 어느덧 마흔 남짓.

                     다른 이의 허물일랑 자주 말하지 말고
                     자신의 잘못을 어서어서 없애야지.
                     조정에 가득한 고관대작에게 아뢰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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