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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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는 허리를,아래로는 다리를 문다.사량분별하면 목숨을 잃으
                 리라.>
                   어떤 스님이 여기에 도착하자 스님은 그를 보자마자 큰 소리
                 를 지르고 “개를 보아라”고 하고서는,그 스님이 머리를 돌리자
                 마자 자호스님은 바로 방장으로 돌아가곤 하였다.
                   이것들은 바로 설봉스님이 “남산에 코가 자라처럼 생긴 독사

                 가 한 마리 있으니,그대들은 잘 살펴보도록 하여라”라는 말과
                 같다.이 같은 경우에 그대들은 어떻게 하려는가?옛사람이 한
                 말을 답습하지 말고 말해 보아라.
                   여기에 이르러서는 모름지기 틀 밖의 구절[格外句]을 알아야
                 만 한다.일체의 공안과 언어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곧 귀결
                 점을 알아야 한다.그가 이처럼 대중 법문했던 것을 살펴보라.
                 그대들에게 수행을 말한 것도 알음알이를 설한 것이 아닌데,어
                 찌 정식(情識)으로 이를 헤아릴 수 있겠는가?그 집안의 자손들

                 은 천연스럽게 잘들 말하였다.그러므로 옛사람(石頭希遷)이 말
                 하기를 “말을 듣고서는 모름지기 종지를 알아차려야 하며,제멋
                 대로 기준을 세우지 마라”고 하였다.말이란 반드시 틀 밖에 있
                 어야 하고 구절은 (조사의)관문을 꿰뚫어야 한다.만약 말이
                 소굴을 여의지 못했다면 독 바다[毒海]속으로 떨어지게 된다.
                 설봉스님이 이와 같이 대중에게 보인 것은 아무 맛이 아닌 말
                 로 학인의 입을 막아 버린 것이라 하겠다.

                   장경(長慶)스님과 현사(玄沙)스님은 모두가 그 집안의 사람들
                 이므로,이처럼 말한 그의 말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설봉스님
                 이 “남산에 코가 자라처럼 생긴 독사가 한 마리 있다”고 말하
                 였는데,여러분은 그 요지를 알았느냐?여기에 이르러서는 모름
                 지기 팔방으로 통하는 안목을 갖추어야만 한다.듣지 못하였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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