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7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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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207
냐?진정(眞淨:1025~1102)스님이 읊은 다음의 게송을.
북 두드리고 비파를 타며
두 명수(名手)가 서로 만났네.
운문은 노래할 줄 알았고
장경은 삿된 곡조에 맞출 줄을 알았네.
옛 곡조에 가락이 없으니
남산의 코가 자라처럼 생긴 독사여.
어느 누가 이 뜻을 알는지
분명 그건 현사뿐이다.
장경스님은 이렇게 대답했는데,말해 보아라!어떠한 의미일
까?여기에 이르러서는 전광석화와 같아야만이 비로소 (장경스
님의 경지에)도달할 수 있다.터럭 끝만큼이라도 (사량분별을)
다 없애지 못한다면 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애석하다.많
은 사람들이 장경스님의 말을 알음알이로 이해하고서 “승당에
서 (말을)듣자마자 바로 목숨을 잃는다”하고,어떤 사람은 “원
래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멀쩡하게 이러한 말을 하여 사람을
의혹케 한다.사람들은 그가 한 ‘남산에 코가 자라처럼 생긴 한
마리 독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문득 의심을 하게 된다”고 하
였다.만일 이렇게 알았다면 완전히 잘못 짚은 것이다.이는 그
의 말에서 천착하는 것일 뿐이다.이렇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훗날 어떤 스님이 이를 현사스님에게 말하자 현사스님은 “혜
릉사형이므로 이처럼 할 수 있을 것이다.비록 그렇긴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하였다.어떤 스님이 “스님
이라면 어떻게 하시렵니까?”하고 묻자,현사스님은 “‘남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