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8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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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말조차 뭐 할 거 있나?”라고 하였다.현사스님의 말을 살펴
보면 몸을 벗어날 곳이 있다.“‘남산’이란 말조차 뭐 할 거 있
나?”라고 하였는데,현사스님이 아니었다면 매우 대답하기 어려
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남산에 코가 자라처럼 생긴 독사가 한 마리 있
다”하였으니,말해 보라,뱀이 어디에 있는가?여기에 이르러
서는 모름지기 향상인(向上人)만이 이 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옛사람(설두스님)이 말하기를 “고깃배 위의 사씨의 셋째 아들
(현사스님)은 남산의 코가 자라처럼 생긴 독사를 좋아하지 않는
다”고 하였다.
운문스님은 도리어 주장자를 설봉스님의 앞에 던지면서 겁을
주는 시늉을 하였다.운문스님은 뱀을 주무를 만한 솜씨가 있기
에 위험을 당하지 않고,언어로 명백히 드러난 경우에도 계합하
고,명백히 드러나기 이전의 경우에도 부합했다.그는 평소에
교화의 방법이 마치 태아 보검을 휘두르는 듯 능란하였다.그러
므로 때로는 사람의 눈썹과 속눈썹 위로 날기도 하고,때로는
삼천 리 바깥으로 날아가 사람의 머리를 베어 오기도 하였다.
운문스님이 주장자를 던지면서 겁을 주는 시늉을 했는데,이것
은 망상분별을 한 것이 아닐까?아니면 그도 목숨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작가종사(作家宗師)라면 언구를 천착하지 않는다.
설두스님은 운문스님이 설봉스님의 뜻에 계합하여 깨친 것을
좋아하였기 때문에 송을 하였다.
송
상골암(象骨巖)드높아 오르는 이 없다.
-천 사람 만 사람이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다.그대가 넘볼 경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