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0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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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승은 오늘도 한입 물렸다.
찾아오는 사람들아!낱낱이 방편을 살펴보라.
-봉사다.(설두스님의)발밑을 보지 말고 그대 자신의 발밑을 보라.봉
사다.(설두스님은)정곡을 쏘았다.
설두스님은 크게 소리질러 말한다.“발밑을 보라!”
-도적이 떠난 뒤에 활을 당기는구나.(제일의제가 아니라)제이의제,
제삼의제이다.한 말 또 하게 하지 마라!
평창
“상골암 드높아 오르는 이 없다.올라가는 자라면 뱀을 희롱
하는 솜씨꾼이지”라 하였는데,설봉산(雪峰山)아래에는 상골암
이 있다.설봉의 선풍은 기봉(機鋒)이 고준(高峻)하여 그의 경지
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다.설두스님은 그 집안의 사
람으로,겉모습이 서로 닮고 같은 소리로 서로 응하고 같은 기
운으로 서로 구하였다.이는 모름지기 온 사방에 통달한 작가
선지식이어야만이 함께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그런데 이 코가
자라처럼 생긴 독사는 다루기가 참으로 어렵다.이를 다룰 줄
알아야 이처럼 할 수 있으나,다룰 줄 모른다면 도리어 뱀에게
물리게 된다.
오조 법연(五祖法演)스님은 말하기를,“코가 자라처럼 생긴
독사를 독뱀을 다치지 않고 잡을 수 있는 솜씨를 갖추어야 비
로소 그 뱀의 (머리부터)7촌(寸)떨어져 있는 급소를 꽉 누를
수 있다.그리하여 노승과 함께 손을 잡고 갈 수 있을 것이다”
고 하였다.장경스님과 현사스님에겐 그러한 솜씨가 있었다.
설두스님이 “능스님․비스님도 어찌하지 못했네”라고 하자,
사람들이 흔히 “장경스님과 현사스님도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
에 설두스님이 운문스님만을 찬미했다”고들 말한다.그러나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