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1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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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211
혀 맞지 않는다.이는 세 사람의 솜씨에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
고,다만 가깝고 멂[親疎]이 있다는 것을 모른 것이다.여러분들
에게 묻노니,장경스님과 현사스님도 어찌할 수 없었던 곳은 어
디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까?”하였는데,이는 장경
스님이 “오늘 대중들 중에 반드시 목숨을 잃을 사람이 있겠다”
고 말한 것을 노래한 것이다.여기에 이르러서는 반드시 뱀을
다루는 솜씨를 갖추어 조심하여야 할 것이다.
설두스님은 저 운문스님의 계통에서 나왔기 때문에 일시에
(두 사람은)제쳐 버리고 운문스님만을 두고 말하기를 “소양스
님은 알고서,거듭 풀을 헤쳐 보았지만”이라고 말한 것이다.운
문스님은 설봉스님이 말한 “남산에 코가 자라처럼 생긴 독사가
한 마리 있다”는 것의 귀결점을 알았기 때문에 “거듭 풀을 헤
쳐 보았지만”이라고 말한 것일 것이다.설두스님이 한 여기까지
의 송을 음미해 보면 참으로 오묘한 곳이 있다.
“동서남북 어디에도 찾을 곳이 없다”고 말하였는데,여러분
은 말해 보라,어디에 있는가를.“갑자기 주장자를 불쑥 내밀
어”라고 하였지만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그대들은
주장자를 가지고 천착해서는 안 된다.운문스님이 주장자로 설
봉스님의 앞에 던지며 겁주는 시늉을 하였는데,이는 운문스님
이 주장자로써 코가 자라처럼 생긴 독사의 흉내를 낸 것이다.
어떤 때는 “주장자가 용으로 변신하여 천지를 삼켜 버렸으니
산하대지를 어디서 찾을까?”라고 말하였다.이 주장자가 어느
때는 용이 되기도 하고 어느 때는 뱀이 되기도 하는데,무엇 때
문에 이와 같을까?여기에 이르러서 비로소 옛사람이 말한 “마
음이 모든 경계를 따라서 전변하지만,전변하는 그 자체가 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