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4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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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스님이 말하였다.
               “옳기는 옳지만 애석하군.”
                -만약 무쇠 눈에 구리 눈동자를 지닌 놈이 아니었다면 하마터면 현혹
                 당했을 것이다.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둘 다 한 구덩이에 묻어 버
                 려라.

               설두스님은 착어하였다.
               “오늘 이런 놈과 함께 산놀이를 해서 무엇 하겠느냐?”
                -사람의 위신을 깎아 버리네.그래도 조금은 나은 편이다.곁에 있던
                 사람이 칼을 매만진다.

               또 착어했다.
               “백․천 년 뒤에 사람이 없을 거라고 말하지 마라.다만 드물
            뿐이다.”
                -우쭐거리지 마라.이 또한 운거사에 있는 나한상같이 거만한 놈이로
                 다.
               그 후 이를 경청(鏡淸)스님에게 말하자
                -반은 잘한 일이고 반은 잘못한 일이다.

               경청스님이 말하였다.
               “손공(孫公:長慶)스님이 아니었다면 온 들녘에 해골이 가득
            널려 있었을 것이다.”
                -같은 길을 가는 자만이 비로소 알 것이다.온 대지에 아득하도록 사
                 람을 근심스럽게 하네.남자종이 계집종을 은근하게 사모하는 꼴이
                 군.설령 덕산스님과 임제스님이 나왔다 해도 몽둥이를 맞았을 것이
                 다.

               평창
                   보복스님․장경스님․경청스님은 모두 설봉스님의 제자들이
                 다.세 사람은 똑같이 도를 얻고 똑같이 깨쳤으며,똑같이 보고
                 똑같이 들었으며,똑같이 드러내고 똑같이 활용했으며,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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