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5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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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215
나오고 한 번 들어갔으며,서로가 번갈아 가면서 내질렀다.그
들은 같은 가지에서 나온 사람들이었기에 한마디하면 곧바로
귀결점을 알았던 것이다.설봉스님의 회하에서 평상시 문답을
했던 사람으로는 이 세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옛사람은 움직일 때나 머무를 때나 앉으나 누우나 이 도를
생각하였기 때문에 한마디했다 하면 곧 귀결점을 알았던 것이
다.하루는 산놀이를 하던 즈음 보복스님이 손가락으로 가리키
면서 “저기가 바로 묘봉정일세”하였다.요즈음 선객들에게 이
처럼 물었더라면 턱뼈가 떨어져 아무 말도 못 했을 텐데,그래
도 장경스님에게 물은 것이 다행이었다.그대는 말해 보라,보
복스님이 이처럼 말한 것은 무엇을 하려고 한 것인지를.옛사람
이 이처럼 한 것은 그에게 안목이 있는가 없는가를 시험하기
위함이다.그 집안 사람들은 자연히 그 귀결점을 알고서 바로
그에게 “옳기는 옳지만 애석하다”고 대답하였던 것이다.말해
보라,장경스님이 이처럼 말한 뜻은 무엇일까?그러나 오로지
이처럼 하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엇비슷하긴 해도 무심하여
눈꼽만큼도 일삼음이 없는 경지에 있는 이들은 드물다.다행히
도 장경스님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설두스님은 이에 대해 착어하기를,“오늘 이런 놈과 산놀이
를 해서 무엇 하겠느냐?”고 하였다.말해 보라,본뜻이 어디에
있는가를.다시 착어하기를 “백․천 년 뒤에 사람이 없다 말하
지 마라.다만 드물 뿐이다”라고 하였는데,이것은 설두스님이
핵심을 찌른 것으로 마치 황벽스님이 “선(禪)이 없다고 말하지
마라.단지 선사가 없을 뿐이다”고 말한 것과 같다 하겠다.설
두스님의 이와 같은 말은 상당히 험준하다.만일 같은 소리로
맞장구치지 못하였다면 어떻게 이처럼 험준하고 기괴(奇怪)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