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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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었겠는가?이를 착어(著語)라 하는데,양쪽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비록 양쪽을 모두 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양쪽에 집착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후 이를 경청스님에게 말하자 경청스님은 “손공(孫公)스
님이 아니었다면 온 들녘에 해골이 가득 널려 있었을 것이다”
라고 하였다.손공은 곧 장경스님의 속성(俗姓)이다.듣지 못하
였느냐?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던 것을.
어떤 스님이 “어떤 것이 묘봉고정(妙峰孤頂)입니까?”라고 하
니,조주스님은 “노승은 그대의 말에 대답하지 않겠다”고 하였
다.
“무슨 까닭에 이 말에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 내가 너에게 대답하면,아무것도 아닌데 괜히 집착할까 염
려스럽기 때문이다.”
교학(敎學)에서는 “묘봉고정(妙峰孤頂)의 덕운비구(德雲比丘)
는 원래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선재동자(善財童子)가 찾아가
참례하려 했지만 7일 동안 만나지 못하다가,하루는 다른 산봉
우리에서 그를 만나게 되었다.선재를 보자마자 그에게 일념삼
세(一念三世)와 모든 부처님과 지혜광명과 보현법문(普見法門)
을 말해 주었다”고 한다.덕운비구가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는
데,(묘봉고정에서 덕운비구를 만나지 못하고)어떻게 다른 산
봉우리에서 만났을까?만일 그가 산에서 내려왔다고 한다면,교
학(敎學)에서 말한 “덕운비구는 원래부터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항상 묘봉고정에 있었다”고 한 내용과는 모순이 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덕운과 선재는 참으로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그 후 이통현장자(李通玄長者)가 이에 대해 문자로 주석을
달았는데,그 주석은 썩 좋은 편이었다.이르기를 “묘봉고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