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7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P. 217
벽암록 上 217
란 한 맛으로 된 평등한 법문이다.낱낱이 모두가 진실하고,낱
낱이 모두가 완전하여,득실․시비가 없는 곳에서 뚜렷이 드러
났건만 선재가 보지 못했던 것이다”라고 했다.
본성(本性)에 딱 들어맞는 곳에 이르러서는 눈으로도 보지
못하며 귀로도 듣지 못하며,손가락을 가리키지 못하며 칼로 자
르지 못하며,불로 태우지 못하고 물로 씻지 못한다.이것은 교
학에서 참으로 노파심으로 보살펴 준 것이다.그 때문에 가냘픈
한 가닥 (방편의)길을 터놓고 제이의문(第二義門)에서 손님[客]
과 주인[主],기틀[機]과 경계[境],물음[問]과 답(答)을 만든 것
이다.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모든 부처님은 세간에
나타나지도 않고 열반도 없으나,방편으로 중생을 제도하고자
이 같은 일을 나타낸 것이다.”
말해 보라,결국 어떻게 하여 경청스님과 설두스님이 이와
같은 말을 면할 수 있었을까?당시에 척척 서로 응하지 못했다
면 그 온 누리 사람들의 해골이 들녘에 가득하였을 것이다.경
청스님이 이처럼 증명했고 이 두 사람이 이같이 활용하였다.설
두스님은 뒤에 송을 하여 더욱 이를 밝게 나타내 주었다.다음
의 송을 보라.
송
묘봉고정에 풀은 우거졌는데
-온몸이 완전히 빠졌군.발밑의 풀이 벌써 몇 길이나 수북하게 자랐
다.
분명하게 드러내어 누구에게 줄까?
-무엇 하려고…….온 천지를 둘러봐도 아는 사람이 없구나.마른 똥
막대기를 어디에 쓰랴?코를 방어했더니 이제는 입을 잃어버렸다.
손공(孫公)이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