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0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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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까?”
-화살을 헛되게 쏘진 않았군.당나라에서는 북을 치는데 신라에서는
벌써 춤을 추는구나.용서해 주는 것은 너무나 빠르고 처벌하는 것은
너무나 늦구나.
위산스님이 눕자
-맞혔구나.그대는 어느 곳에서 위산을 만나리오?바다와 같은 위산의
도량 속에 좋은 생각이 있다는 것을 누가 알까?
철마는 곧바로 나가 버렸다.
-지나갔군.눈치를 채고 움직인 것이다.
평창
유철마는 비구니다.마치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아서,머뭇
거리기만 하면 목숨을 잃는다.선도(禪道)의 긴요한 곳에 어찌
허다한 일이 있겠는가?작가들이 서로 알아보는 것은 마치 담
장 너머의 뿔만 보고서도 소인 줄을 알고,산너머에 연기가 피
어오르는 것을 보고서 불이 난 줄을 아는 것 같다.툭 건드리면
바로 움직이고 누르기만 해도 곧 몸을 비낀다.
위산스님은 말하기를,“노승이 죽은 뒤엔 산아래 한 신도의
집에 암소로 태어날 것이다.왼쪽 옆구리에 다섯 글자 ‘위산승
모갑(潙山僧某甲)’이라고 씌어 있을 것이다.그때에 위산이라 불
러야 되겠느냐,암소라 불러야 되겠느냐?”고 하였다.요즈음 사
람들은 물어도 확실히 이를 대답하지 못한다.유철마는 오랫동
안 참구하여 기봉이 높고 준험하였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유씨
쇠절구[劉鐵磨]라고 불렀다.그는 위산에서 10리 떨어진 곳에
암자를 세웠다.하루는 위산을 방문하자,위산스님은 그가 찾아
오는 것을 보고서 “늙은 암소,네가 왔느냐?”하니,유철마는
말하였다.“내일 오대산에서 큰 재가 있다 하는데,화상은 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