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2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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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말하였다.
“어제 한 스님이 천태산(天台山)에서 왔다가,곧바로 남악(南
岳)으로 가버렸습니다.”
이에 건봉스님이 말하였다.
“전좌(典座)야!오늘은 보청(普請:집단노동 등을 위한 집합)
을 하지 않겠다.”
이 두 사람을 살펴보니,놓아줄 때는 둘 다 놓아주고 잡아들
일 때는 둘 다 잡아들인다.
위앙(潙仰)스님의 회하에서는 이를 경치(境致:상대방이 살
던 곳의 풍경을 화제로 하여 일깨워 주는 지도법)라고 말하는
데,바람․먼지․풀잎이 흔들리는 것까지 털끝 만한 것도 모조
리 다 질문한다.또 이를 격신구(隔身句)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뜻은 통하여도 말에는 막힘이 있다.여기에 이르러서는 모
름지기 좌우로 자유로이 돌릴 줄 알아야만이 작가(作家)라 할
수 있다.
송
일찍이 철마(鐵馬)를 타고 겹겹이 쌓인 성을 쳐들어갔으나
-전투에 숙련된 작가이며,변방 요새를 지키는 장수이다.(전투를 위
한)일곱 가지 장비를 몸에 갖추었다.
여섯 나라가 이미 평정되었다는 칙명을 전해 듣게 되었네.
-개가 사면장(赦免狀)을 입에 물고 있다.천하의 천자로구나.바다는
고요하고 황하수는 맑아진 것을 어찌하랴?
그래도 쇠채찍 움켜쥐고 돌아오는 길손에게 묻건만,
-이 무슨 소식일까?한 지팡이를 두 사람이 붙잡고 있군.서로 부르며
함께 왔다갔다하는구나.
깊은 밤 뉘와 함께 대궐 앞을 거닐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