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3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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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223
-그대는 소상강으로 나는 진(秦)나라로.말해 보라,그곳에 가서 무엇
을 하려는 것인지.
평창
총림에서는 설두스님의 이 송을 최고로 여기고 있다.100칙
의 송(頌)중에 이 송이 논리가 가장 잘 갖추어졌고 특히 지극
히 오묘하며 본질을 명확하게 송하였다.
“일찍이 철마를 타고 겹겹이 쌓인 성을 쳐들어갔다”는 구절
은 유철마가 이처럼 찾아온 것을 노래한 것이며,“여섯 나라가
평정되었음을 알리는 칙명을 전해 듣게 되었다”는 구절은 위산
스님이 이처럼 물은 것을 노래한 것이며,“그래도 쇠채찍을 움
켜쥐고 돌아오는 길손에게 물었다”는 구절은 유철마가 내일 오
대산에 큰 재가 있다 하는데,화상께서는 가시렵니까?”하고 물
은 것을 노래한 것이며,“깊은 밤 뉘와 함께 대궐 앞을 거닐
까?”라는 구절은 위산스님이 편히 눕자 유철마가 곧바로 나가
버린 것을 노래한 것이다.
설두스님은 이러한 재주가 있어,급하고 절실한 곳에서는 급
하고 간절한 곳을 노래하였고,느슨하게 여유 있는 곳에서는 느
슨하고 여유 있게 노래하였다.
풍혈(風穴)스님도 일찍이 이를 염송(拈頌)하였는데,설두스님
의 뜻과 같았었다.이 염송을 여러 총림에서 모두 찬미하였다.
높고 높은 봉우리 위에 서 있노라니
마구니와 외도가 알지 못하고,
깊고 깊은 바다 밑으로 가노라니
부처의 눈으로도 엿보지 못한다.
한 사람은 편안히 눕고,한 사람은 문득 나가 버렸던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