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4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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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아라.만일 다시 어줍잖게 번거로이 말하였다면 그 자리에서
                 길을 잃었을 터인데 설두스님의 염송은 가장 훌륭하다.이는
                 “일찍이 철마를 타고 겹겹이 쌓인 성안에 들어간 경지”라 하겠
                 다.만일 똑같은 도를 얻고 똑같은 도를 깨치지 않았다면 어떻
                 게 이와 같을 수 있겠는가?말해 보라,무슨 뜻을 얻은 것일까?
                   듣지 못하였는가?어떤 스님이 풍혈스님에게 다음과 같이 물

                 었다.
                   “위산스님이 말한 ‘늙은 암소야!네가 왔느냐?’는 뜻은 무엇
                 입니까?”
                   “ 흰구름 깊은 곳에 황금빛 용이 뛴다.”
                   “ 유철마가 ‘내일 대산에 큰 재가 있다는데 화상께서도 가시
                 렵니까’라고 말한 뜻은 무엇입니까?”
                   “ 푸른 파도 가운데 옥토끼가 놀란다.”
                   “ 위산스님이 눕는 체한 뜻은 무엇입니까?”

                   “ 늙어서 추저분하고 게으르고 할 일 없는 날에 한가하게 누
                 워서 청산을 마주하고 있다.”
                   이 뜻 또한 설두스님과 같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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