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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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유인하는군.
대중들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천 사람 만 사람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래도 조금 멀었다.애석하
다.새장에 갇힌 송골매(수행승)로군.
스스로 대중을 대신하여 말하였다.
“그들이 수행의 도상에서 별 도움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행의 도상에서 이러쿵저러쿵 분별한다면,아직 반쯤밖에 안 된다.
설사 도움을 얻은들 무엇 하려고?어찌 전혀 한 사람도 없을라구.
다시 이어 말하였다.
“궁극적으로 무엇인가?”
-천 사람 만 사람이 여기에 앉아 있지만,천 사람 만 사람 가운데 한
사람 내지는 반 사람만이 알았을 뿐이다.
또 스스로 대신해 말하였다.
“주장자를 비껴든 채 옆눈 팔지 않고 첩첩이 쌓인 산봉우리 속
으로 곧장 들어가노라.”
-얼씨구.30방 먹여라!그가 외통수이기 때문이지.뒤통수에서 뺨이 보
이는 놈과는 사귀어서는 안 된다.
평창
여러분은 연화봉 암주를 알 수 있겠느냐?(전혀 자취를 남기
지 않아)발꿈치조차도 땅에 대지 않았다.그는 송(頌)이 건국됐
을 무렵 천태산 연화봉에 암자를 세웠다.옛사람들은 도를 얻은
뒤에는,초옥이나 석실(石室)에서 발 부러진 가마솥에 나물 뿌
리를 삶아 먹으면서 날을 보냈다.명예와 이익을 구하지 않고
거리낌없이 인연 따라 일전어(一轉語)를 하면서,불조의 은혜에
보답하고 부처님의 심인(心印)을 전하고자 하였다.
그는 어떤 스님이 오는 것을 보기만 하면 바로 주장자를 들
고서,“옛사람이 여기에 이르러 무엇 때문에 안주하려 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