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8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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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작가 선지식한테 가서,삼요어(三要語)로 허공에 도장을
                 찍고[印空],진흙에 도장을 찍고[印泥],물에 도장을 찍어서[印
                 水]그(작가 선지식)를 시험하면,곧 모난 나무로 둥근 구멍을
                 막는 듯하여 들어맞을 리가 없을 것이다.이렇게 되어서는 자기
                 와 똑같이 도를 깨친 자를 찾아보아도,그 경우에 어느 곳에서
                 이를 찾아야 좋을까?만일 (본분소식을)아는 사람이라면 가슴

                 을 열어 놓고 소식을 주고받음에 어찌 불가능함이 있겠는가?
                 만일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그 소식을)가슴속 깊이 간직
                 해 두어야 한다.
                   그대들에게 묻노라.주장자란 평소 납승이 사용하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수행의 도상에서 도움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 말했을까?옛사람은 이런 경지에도 머무르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금가루가 비록 귀하기는 해도 눈에 떨어지면 장애물이
                 되는 것과 같다.

                   석실 선도(石室善道)스님은 당시에 당 무종(武宗)의 법난(法
                 難)을 만났다.항상 주장자를 들고서 설법하기를,“과거의 모든
                 부처님도 이러했고,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이러할 것이며,현재
                 의 모든 부처님도 이와 같다”라고 했다.
                   설봉스님이 하루는 승당(僧堂)앞에서 주장자를 들고 대중에
                 게 말하였다.
                   “이것은 중등 내지는 하등의 근기를 지닌 사람을 위한 것일

                 뿐이다.”
                   그때에 어떤 스님이 대중 속에서 나오면서 말하였다.
                   “갑자기 으뜸에 으뜸의 근기를 지닌 사람을 만났을 때는 어
                 떻게 합니까?”
                   이에 설봉스님은 주장자를 집고서 바로 자리를 떠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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