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9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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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229
운문스님이 말하였다.
“나라면 설봉처럼 엉망진창으로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스님이 “그럼 스님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운문스님은 대뜸 후려쳤다.
무릇 묻는 것은 복잡할 것이 없다.그대들이 밖으로는 산하
대지가 있다고 생각하거나,안으로도 견문각지(見聞覺知)가 있
다고 여기거나,위로는 우리가 도달해야만 하는 부처님의 경지
가 있다고 생각하거나,아래로는 제도해야 할 중생이 있다고 생
각한다면,그런 생각일랑 모두 토해 버려라!그래야지만 하루종
일 행주좌와하는 가운데 한결같아지리라.그러하면 비록 한 터
럭 끝이라도 대천사계(大千沙界)만큼이나 넓으며,확탕․노탄
지옥에 있어도 안락국토에 있는 듯하며,온갖 보배 속에 있어도
초라한 띠풀집에 있는 것과 같을 것이다.이 같은 일은 툭 트인
작가 선지식이라면 옛사람의 참된 경지에 이르는 데 자연히 힘
들지 않을 것이다.
그(연화봉 암주)는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경지에 이르지 못
한 것을 보고서 다시 다그쳐 물었다.
“궁극적으로 무엇인가?”하고는,어찌할 수 없어 스스로가
말하였다.“주장자를 비껴든 채 옆눈 팔지 않고 천봉우리 만봉
우리 속으로 곧장 들어간다”고 하였다.이 뜻은 무엇일까?말해
보라,어디가 그의 영역이라 하겠는가?참으로 구절 속에 눈이
있고 말 밖에 뜻이 있어,스스로 일어났다가 스스로 넘어지고,
스스로 놓았다가 스스로 거둬들인 것이다.
듣지 못하였는가?엄양존자(嚴陽尊者)가 길가에서 한 스님을
만나자 주장자를 세우면서 말한 것을.
“이것이 무엇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