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0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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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습니다.”
“ 한 자루의 주장자도 모르는군.”
엄양존자가 다시 주장자를 땅에 내려꽂으면서 “알겠느냐?”고
하자,여전히 스님은 “모르겠다”고 하니,“움푹 패인 구멍도 모
르는군”하고,엄양스님은 다시 주장자를 걸머지면서 말하였다.
“알겠느냐?”
“ 모르겠습니다.”
“ 주장자를 비껴든 채 옆눈 팔지 않고 천봉우리 만봉우리 속
으로 곧바로 들어간다.”
옛사람이 여기에 이르러 무엇 때문에 머무르려 하지 않았을
까?
설두스님에게는 다음과 같은 송(頌)이 있다.
어느 누가 기봉을 당하랴.
전혀 속이지 못하리니
꽤나 희귀하기도 하여라.
높은 경지 꺾어 버리고
현미(玄微)함을 녹여 버렸네.
겹겹의 관문 활짝 열어 젖히고
작가 선지식은 남과 같은 길을 가지 않는구나.
달은 찼다가는 이지러지고
해는 날아갈 듯하나 날지 않는구나.
노공(盧公:설두스님 자신)은 어디로 갔을까?
흰구름,흐르는 강물만이 아련하다.
왜 산승(원오스님 자신)은 “뒤통수에서 뺨이 보이는 사람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