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1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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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231


                 는 함께 사귀지 마라”고 주석하였을까?사량분별을 하자마자
                 바로 흑산(黑山)의 귀신 굴속에서 살림살이하는 것이다.만일
                 사무치게 보고 믿음이 따르면,모든 사람이 그를 얽매이려 해도
                 어찌하지 못하리라.움직이거나 한 대 내질러도 자연히 살리거
                 나 죽이거나 자유자재하리라.설두스님은 “천봉우리 만봉우리
                 속으로 곧바로 들어간다”고 한 암주의 뜻을 알고서 송을 지었

                 다.그의 의도를 알려고 한다면 설두스님의 송을 보아라.

               송

               눈 속의 티끌,귓속의 흙이여!
                -삼백 짐의 무게만큼이나 어리석네.바보 멍청이,끝이 없네.게다가
                 이런 놈이 있구나!
               천봉우리 만봉우리에 머무르려고 하지 않네.
                -그대는 어디로 가는가?말해 보라,이 무슨 까닭인가?
               낙화유수(落花流水)는 아득하기만 한데
                -좋은 소식이다.번뜩이는 번갯불 같은 기연이건만,부질없이 수고하
                 며 사량분별하는구나.좌측을 돌아보는 사이 천생(千生)이 지나고 우
                 측을 돌아보는 사이에 만겁(萬劫)이 지나간다.
               눈썹을 치켜세우고 찾아보았지만 어디로 갔을까?
                -발등 밑에다 깨달음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눈을 달아 주련다.원래
                 여기에 있었을 뿐이다.암주의 발꿈치를 자르려는가?그렇긴 하지만
                 모름지기 이러한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원오스님은)때리면서 말하
                 기를,어찌 여기에만 있느냐?

               평창
                   설두스님의 송은 매우 훌륭하다.몸을 젖힐 줄 알았기에 한
                 곳에만 매이지 않았다.“눈 속의 티끌,귓속의 흙”이라 하였는
                 데,이 한 구절은 연화봉 암주를 노래한 것이다.납승들이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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