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3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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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233
이 물을 얻은 것 같으며,범이 산을 의지하는 것 같다.모름지
기 바랑을 걸머지고 주장자를 비껴들어야 한다.그래야만 참으
로 일 없는 한 도인이다.”
또다시 말하였다.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된다.그런 것들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일없는 세 도인 가운데에서 한 사람을 가려서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무쇠로 주조해 만든 것과 같은 놈이다.왜냐하면 험악
한 경계를 만나거나,기특한 경계를 만나거나 그의 앞에 이르러
서는 모두가 한낱 꿈과 같다.그는 육근(六根)이 있는지조차도
모르며,또한 아침저녁이 있는지도 모른다.설령 이러한 경지에
이르렀다 하여도,썰렁하게 불꺼진 재와 같은 경계를 고수하여
깜깜한 곳으로 들어가서는 절대로 안 된다.모름지기 몸을 젖힐
방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듣지 못하였느냐?옛사람의 말을.“차가운 바위에 기이한 식
물이 푸릇푸릇하게 돋아나 있는 듯한 경지를 지키지 마라.흰구
름 위에 올라앉더라도 참된 경지는 아니다.”
이 때문에 연화봉 암주는 “그들이 수행의 도상에서 도움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이는 반드시 곧 천봉우리
만봉우리 속으로 곧바로 들어가야만 하는 것이다.말해 보라,
무엇을 천봉우리 만봉우리라 하는가를?설두스님은 “주장자를
비껴든 채 옆눈 팔지 않고 천봉우리 만봉우리로 곧바로 들어가
야 한다”는 말을 좋아했기 때문에 송을 하였던 것이다.말해 보
라,어느 곳을 향해서 갔는가를?그가 간 곳을 아는 자가 있느
냐?
“낙화유수 아득함이여!”라고 한 것은,떨어진 꽃잎은 어지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