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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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기틀마다 안목을 갖추고서 위험을 아랑곳하지 않았다.이 때
문에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떻게 호랑이를 잡겠느
냐”고 하였다.백장스님은 평소에 날개 돋친 호랑이와 같았었는
데,이 스님도 죽음을 피하지 않고서 감히 호랑이 수염을 뽑으
려고 “무엇이 기특한 일입니까?”하고 물은 것이다.이 스님 또
한 안목을 갖췄기에 백장은 그를 거들어 “(그대야말로)홀로 대
웅봉에 앉아 있다”고 하였는데,그 스님이 대뜸 절을 올렸다.
납승이라면 묻기 이전의 소식을 밝혀야 하는 것이다.이 스님이
절을 한 것은 평소에 절한 것과는 다르다.반드시 안목을 갖추
어야만 이처럼 할 수 있다.평소의 속마음을 남에게 털어놓지
마라.서로 아는 사이일지라도 도리어 서로 모르는 듯이 해야
한다.
스님이 “무엇이 기특한 일입니까?”하고 묻자,백장스님이
“(그대야말로)홀로 대웅봉 아래에 앉아 있다”고 말하니,스님
은 절을 올렸는데 백장스님은 대뜸 후려쳤다.그들을 살펴보니,
놓아버리면 일시에 모두 옳고,거둬들이면 발자취마저 깡그리
사라져 버린다.말해 보라,스님이 문득 절을 올렸던 뜻이 무엇
인가를.가령 ‘(절을 올린 것이)잘한 짓’이라면 무엇 때문에 백
장스님이 대뜸 후려쳤으며,‘잘못한 짓’이라면 스님이 절을 올
린 것은 무슨 잘못일까?
여기에 이르러서는 길흉을 구별하고 흑백을 구별하여 일천
봉우리의 정상에 올라서야만 된다.이 스님이 얼른 절을 올렸는
데 이는 호랑이의 수염을 뽑는 것과 같았으나,그것도 그저 조
금 몸을 돌린 경지일 뿐이다.다행히도 백장스님에게는 정수리
[頂門]에 안목이 있고,팔꿈치 뒤에 호신부(護身符)가 있어서,
사방을 비춰 보아 찾아오는 상대의 풍모를 깊이 분별하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