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9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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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239
그가 이처럼 완전히 자재한 것을 봐라.남을 지도할 적에 때
로는 용서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처벌하기도 한다.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용서는 하되 처벌은 하지 않고,또 어떤 때는 처벌은
하되 용서는 하지 않는다.나아가 어떤 때는 용서도 하지 않고
처벌도 하지 않는다.그러므로 “같은 길을 가지만 발자국은 다
르다”고 하였다.이는 백장스님에게 이러한 솜씨가 있었음을 노
래한 것이다.
설두스님의 “전광석화 속에서도 상황에 딱 맞게 대처했다”는
말은 그 (질문한)스님에게 전광석화처럼 상황에 딱 맞는 대처
가 약간 있었음을 노래한 것이다.
암두스님은 이르기를 “사물을 물리치는 것이 으뜸이요,사물
을 따르는 것은 하급이다.전쟁으로 말한다면 곳곳에 몸을 비낄
만한 곳이 있는 것과 같다”하였다.설두스님은 “상황에 딱 맞
게 대처한 적이 없다.상황에 딱 맞게 대처하면 반드시 양쪽으
로 향할 것이다”라고 하였다.만일 상황에 딱 맞게 대처하지 않
는다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대장부라면 반드시 조금은 상황
에 딱 맞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요즈음 사람은 오로지
다 고백하여 그에게 급소를 다 드러내 주기만 할 뿐이니,언제
끝마칠 기약이 있겠는가?
이 스님은 전광석화 속에서도 상황에 딱 맞게 대처할 줄 알
았기 때문에 대뜸 절을 올렸다.이에 설두스님은 “가소롭다,호
랑이의 수염을 뽑으러 오다니”라고 말하였는데,(이것은)백장
스님은 범과 같으므로,스님이 호랑이의 수염을 뽑으러 간 것이
가소롭다고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