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2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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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여서 찾는다면 벌써 잘못된 것이다.그러나 운문스님의 말은
자칫하면 사람의 알음알이를 일으키기 쉽게 한다.만일 이를 알
음알이로 이해한다면 우리 선종의 자손을 잃게 된다.
운문스님은 이처럼 도적의 말을 빼앗아 타고 도적을 뒤쫓기
를 좋아하였다.듣지 못하였느냐?어떤 스님이 운문스님에게 물
은 말을.
“어떤 것이 사량(思量)할 수 없는 곳입니까?”
“ 식정(識情)으로 헤아리기는 어렵느니라.”
“ 나무가 메마르고 잎새가 질 때면 어떠합니까?”
“ 가을 바람에 완전히 드러났느니라.”
이 구절은 참으로 핵심 되는 길목을 꽉 쥐어서 범부도 성인
도 통하지 못한다.그는 하나를 들어 셋을 밝히고,셋을 들어
하나를 밝히고 있다는 것을 모름지기 알아야 한다.
그대가 세 구절[三句]속에서 이를 찾으면 뒤통수의 급소에
박힌 화살을 뽑을 수 있다.그 한 구절 속에 반드시 세 구절,
즉 천지를 덮은 구절[函蓋乾坤句]과 파도와 물결을 따르는 구절
[隨波逐浪句],많은 흐름을 끊어 버리는 구절[裁斷衆流句]을 갖
춰야만이 훌륭한 것이다.말해 보라,운문스님이 삼구(三句)가
운데 어느 구절로 사람을 지도했는가?이를 맞혀 보아라.송은
다음과 같다.
송
물음 속에 종지가 있고
-상대를 잘 알아서,화살을 헛되이 쏘진 않았군.
대답 역시 그렇다.
-어찌 서로 다르랴.치는 대로 종소리가 울려나오는 것과 같다.헛되
이 굴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