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4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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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며,낚시와 자물쇠처럼 끊기지 않고 한결같아야 할 것이다.
                   이 스님이 물은 곳에는 종지가 있고,운문스님이 대답한 곳
                 또한 마찬가지이다.운문스님은 평소에 삼구(三句)로써 사람을
                 제접하였는데,이것이 최고의 가르침이었다.이 공안에 대한 설
                 두스님의 송은 대룡(大龍)스님의 공안(제82칙)에 대한 송과 같은
                 것이다.“한 화살이 삼구를 분별하고”라는 구절은 한 구절 속에

                 삼구가 갖춰져 있는데,이를 확실히 알아차리면 삼구 밖으로 뚫
                 고 나가리라.“한 화살[鏃]이 삼구를 분별하고,저 멀리 허공으
                 로 난다”에서 촉(鏃)이란 화살촉을 말한다.저 멀리 쏘았으니,
                 재빨리 보아야 한다.이를 또렷이 볼 수 있다면 한 구절에 대천
                 사계(大千沙界)가 널려 있으리라.
                   이렇게 송을 하고서도 설두스님에겐 남은 재간이 있어 송을
                 계속했다.“너른 들녘엔 쌀쌀한 회오리바람 을씨년스럽고,높은
                 하늘엔 가랑비 부슬부슬 내린다.”말해 보라.이는 마음[心]일

                 까,경계[境]일까?보이지 않음[玄]일까,오묘함[妙]일까?
                   옛사람의 말에 “모든 법이란 숨어 있지 않고 고금에 항상 드
                 러나 있다”라는 것이 있다.스님이 “나무가 메마르고 잎새가 질
                 때면 어떠하냐”고 묻자,운문스님은 “가을 바람에 완전히 드러
                 났다”고 하였다.설두스님의 뜻은 이 하나의 경계를 말했을 뿐
                 이다.‘지금 눈앞에 바람이 쌩쌩거리니,동남풍이 아니라면 서
                 북풍일 것이다’라고 단박에 척 알아야 하는 것이다.그대가 다

                 시 선도(禪道)가 어떻다는 둥 알음알이를 지으면 전혀 관계가
                 없다.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소림에 오래 앉아 돌아가지 않은
                 길손이 있어”라 하였는데,달마가 서천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그
                 때에 9년 간 면벽(面壁)하였으니 고요하고 쓸쓸한 경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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