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3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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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243
한 화살이 삼구(三句)를 분별하고
-상․중․하로다.지금은 몇째 구에 해당할까?모름지기 삼구(三句)
밖에서 알아야 한다.
저 멀리 허공을 난다.
-맞혔다.지나갔다.척척 들어맞는군.화살이 신라를 지나가 버렸다.
너른 들녘엔 쌀쌀한 회오리바람 을씨년스럽고
-하늘에 가득,땅에 가득하여라.소름이 끼쳐 털이 바짝바짝 서는 것
을 알겠느냐?용서해 주었다.
높은 하늘에선 가랑비 부슬부슬 내린다.
-바람은 끝이 없고 물은 질펀하다.머리 위엔 바람이 끝이 없고 발 아
래엔 물이 질펀하다.
그대 보지 못하였는가?소림에 오래 앉아 돌아가지 않은 길손
이
-반드시 어줍잖은 녀석이 있다.남들에게 누를 끼쳤다.황하수에다 던
져 버려라.
웅이산(熊耳山)한 모퉁이 숲에 고요히 기대어 있는 것을.
-눈을 떠도 집착이며 눈을 감아도 집착이다.귀신의 굴속에서 살림살
이를 하는구나.눈멀고 귀 먹었으니,누가 이 경계에 이르렀을까?그
대의 앞니가 부서질지 모르니 조심하게.
평창
옛사람의 말에 “말을 들으면 모름지기 종지를 알아야 하며
멋대로 원칙을 세우지 마라”는 것이 있다.옛사람은 말을 헛되
이 하지 않은 까닭에,이르기를 “이것(본분사)을 물을 경우에는
이 질문의 좋고 나쁜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높은 행위인
지,낮은 행위인지를 모르며 청정과 더러움을 모른 채,멋대로
입을 벌려 정신없이 지껄인다면 어떻게 중생을 돕고 제도할 수
있겠는가?말은 반드시 무쇠를 단련하는 집게와 망치 같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