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7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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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247


                -그에게 말해 주지 마라.비록 일평생을 그르치더라도,그에게 이처럼
                 말해 주는 것은 마땅치 않다.

               “저는 이렇습니다만 스님은 어떠합니까?”
                -다행히도 몸을 피할 곳이 있었기 망정이지…….긴 것과 함께하면
                 길게 되고 짧은 것과 함께하면 짧게 된다.옳은 쪽을 따라야 하고말
                 고.

               “나는 큰 선지식이 아니다.(남에게)할 말이 있는지 없는지를
            어찌 알리오?”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대는 꼴을 보아라.몸은 숨겼지만 그림자는 노
                 출되었다.거의 다 죽었구먼.물렁물렁한 진흙 속에 가시가 있구나.
                 그 정도 가지고 나를 속일 수 있을까?

               “저는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이게 낫지,다행히도 몰랐군.알았다면 그대 머리가 박살났을
                 것이다.다행히도 이놈은 이렇게 대답했구나.

               “내가 너에게 너무 말해 버렸구나.”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용두사미(龍頭蛇尾)로 무얼 하려는가?

               평창
                   여기에 이르러서는 마음[卽心]이니 마음이 아니니 할 필요도
                 없고,마음이 아니라느니 마음이 아님이 아니라느니 할 필요가
                 없다.곧바로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털끝만큼의 (사량분별이)없
                 어야만이 그래도 조금은 나은 편이다.마음이니,마음이 아니니

                 하는 것은 연수(延壽:904~975)선사가 말한 표전(表詮)․차전
                 (遮詮)의 논법이다.
                   여기에 나오는 열반스님은 유정(惟政)*선사이다.지난날 백장
                                                    17)
                 산에서 서당(西堂:다른 절의 주지가 은퇴하여 머무르는 집)을


            *‘유정(惟政)’대신 ‘법정(法正)’으로 된 대본도 있다.법정(法政)은 백장 유정(百丈
              惟政)의 휘(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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