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8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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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냈는데,심전(心田)을 열고 대의를 설법한 분이다.이때 남전
                 스님은 마조(馬祖)스님을 참방한 뒤에 여러 곳을 다니면서 의심
                 을 해결하였다.백장 열반스님의 이 물음은 대답하기가 몹시 어
                 려웠었다.
                   “예로부터 많은 성인이 남에게 설하지 않은 법이 있느냐?”고
                 물었는데,산승이 그 경우였다면 귀를 막고 뛰쳐나와 이 늙은이

                 가 한바탕 부끄러워하는 꼴을 보았을 것이다.남전스님이 작가
                 선지식이었다면 이처럼 묻는 말을 듣고서 곧 그를 간파했어야
                 했는데,남전스님은 자기의 소견에 따라서 “있다”고 말하였다.
                 참으로 어리석은 놈이라 하겠다.그런데 백장 열반스님은 곧 잘
                 못을 가지고 더더욱 잘못을 저질러 “어떤 것이 남에게 설명하
                 지 않은 법이냐?”고 하자,남전스님은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요 외물(外物)도 아니다”고 하였다.이놈은 하늘의 달을 탐
                 내어 바라보다가 제 손아귀에 있는 구슬을 잃어버린 셈이다.백

                 장 열반스님이 “말해 버렸군”이라 하였는데,이는 애석한 일이
                 다.그에게 자세히 말해 주다니…….그때 등줄기를 냅다 내리
                 쳐 아픔을 맛보도록 했어야 했다.
                   그렇긴 하지만 그대는 말해 보라,무엇을 말했다는 것인가?
                 남전의 견처에 근거하여 살펴보면,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
                 요 외물(外物)도 아니며,일찍이 말한 것도 아니다.그대에게 묻
                 노라.무엇 때문에 “말해 버렸다”고 했을까?그의 말에는 전혀

                 자취마저도 없다.만일 그가 설하지 않았다면 백장 열반스님은
                 무엇 때문에 이처럼 말했을까?
                   남전스님은 상황에 딱 맞게 대처할 줄 아는 사람이어서,바
                 로 뒤이어 대뜸 내질러 묻기를,“저는 이렇습니다만 스님은 어
                 떠하십니까?”라고 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를 대답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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