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9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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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249
을 것이다.백장 열반스님은 작가였으니 어찌하리오,대답 또한
기특하였다.그는 대뜸 “나는 큰 선지식이 아니다.(남에게)할
말이 있는지 없는지를 어찌 알리오”라고 했다.남전스님은 바로
“저도 모르겠습니다”고 했는데,이는 그가 과연 알면서도 모르
겠다고 말한 것일까 아니면 참으로 몰라서 모른다고 한 것일
까?
백장 열반스님은 “내가 그대에게 너무나 말해 버렸다”고 하
였다.말해 보라,무엇을 말했는가?만일 진흙덩이나 가지고 노
는 놈이었다면 둘 다 애매모호하게 했을 것이고,만일 둘 다 작
가였다면 밝은 거울이 경대에 걸려 있는 듯하였을 것이다.실로
앞에서는 둘 다 작가였으며,뒤에서는 둘 다 한 수 물러났던 것
이다.안목을 갖춘 자라면 이를 분명히 증험할 것이다.말해 보
라,어떻게 증험할 수 있는가를.설두의 송을 살펴보라.
송
불조는 예로부터 남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각기 자기가 깨우친 영역을 지킨다.법조문이 있으면 법조문을 따르
게 마련이지.조금이라도 문자를 기억하여 마음에 간직한다면 쏜살처
럼 지옥으로 들어가리라.
고금에 납승들이 다투어 언어문자를 쫓네.
-행각하느라 짚신이 다 떨어졌군.주장자를 꺾어 버리고 바랑을 높이
걸고 더 이상 돌아다니지 마라.
밝은 거울이 대 위에 있어 비친 모습 다르지만
-떨어졌다.깨졌구나.거울이 깨지면 그대를 만나리라.
모두가 남쪽을 향하여 북두성을 바라본다.
-내가 법당에 걸터앉고 산문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느냐?신라에서
는 벌써 상당법문을 하고 있는데 당나라에서는 아직 북도 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