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1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P. 251
벽암록 上 251
말하자마자 등줄기에 몽둥이질을 하고 곧 주둥이를 틀어막아
밀쳐내 버려야만이 비로소 간절하게 사람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금에 납승들이 다투어 언어문자를 쫓고 있네”하였는데,
이르는 곳마다 옳아도 묻고,옳지 않아도 물으며,부처를 묻고
조사를 물으며,향상(向上)을 묻고 향하(向下)를 묻는다.비록 그
렇게 하더라도 이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조금도 옳다 할 수 없
다.
“밝은 거울이 대 위에 걸려 있어 비친 모습 다르지만”이라고
했는데,겨우 한 구절로 명백하게 잘잘못을 가려냈다.옛사람의
말에 “삼라만상은 한 법에서 도장 찍혀 나온 것이다”라는 말이
있으며,또한 “삼라만상이 모두 여기에 원만하다”라는 말도 있
다.신수(神秀)스님은
몸은 보리의 나무요
마음은 밝은 거울의 대이다.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과 먼지가 끼지 않도록 하라.
하였는데,대만(大滿)스님은 “그는 문 바깥에 있다”하였다.설
두스님은 이처럼 말하였는데,말해 보라,문 안에 있을까,밖에
있을까?
그대들은 제각기 하나의 옛 거울[古鏡]을 가지고 있으니 삼
라만상의 길고 짧음과 모나고 둥긂이 낱낱이 그 가운데 나타난
다.그대들이 장단점을 보려 해서는 끝내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다.그 때문에 설두스님은 “밝은 거울이 대 위에 있어 비친
모습 다르지만,모두가 남쪽을 향하여 북두성을 바라본다”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