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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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55
-그의 풍모는 대견스럽지만 공안은 뚜렷하질 못하구나.머리 위의 삿
갓은 얻었지만 발밑의 신발을 잃어버렸다.*벌써 몸을 다치고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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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잃었다.
위산스님이 저녁나절에 수좌에게 물었다.
“아까 새로 찾아온 스님은 어디 있는가?”
-동쪽에서 손해보고 서쪽에서 본전을 뽑는구나.눈은 동남쪽을 보면서
도 본뜻은 북쪽에 있다.
“그 당시에 법당을 등지고 짚신을 신고 떠나 버렸습니다.”
-신령한 거북이 자취를 남기는군.삼십 방망이를 때려야 한다.이런
놈은 뒤통수를 몇 대나 갈겨 주어야 좋을는지?
“이 사람은 훗날 고봉정상(孤峰頂上)에 암자를 짓고서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욕할 것이다.”
-도적이 가버린 뒤에 활을 당기는군.천하의 납승들이 (덕산스님을)
뛰어넘지 못하리라.
설두스님은 착어하였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로군.”
-잘못되었다!그렇고말고.점검했지!
평창
협산(夾山:圜悟스님의 자칭)이 세 번이나 “점검했다”했는
데,여러분은 이를 아는가?어느 때는 한 줄기의 풀로 장육금신
(丈六金身)의 작용을 내기도 하고 어느 때는 장육금신으로 한
줄기의 풀의 작용을 내기도 한다.
덕산스님은 본디 강사스님으로서 서촉(西蜀)땅에서 금강
경 을 강의하였다.교학에서 말한 바에 의하면,금강유정(金剛
喩定)을 얻고 후득지(後得智)를 활용하여 천 겁 동안 부처님의
*삼성본에는 “鸁得頂上頭,矢却脚下鞋”로 되어 있으나 대정신수대장경본에는 ‘두
(頭)’자가 ‘립(笠)’자로 되어 있다.여기에서는 대정신수대장경본을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