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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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를 배우고 만 겁 동안 부처님의 미세한 계행을 배운 뒤에
깨달을 수 있다 한다.그런데 남방의 마구니들이 “마음이 바로
부처이다”라고 한다는 말을 듣고,마침내 분한 마음으로 금강
경 의 주석서를 짊어지고 바로 남방으로 찾아가 그 마구니 무
리들을 부수어 버리려고 마음먹었다.그가 이처럼 발분한 것을
본다면 참으로 용맹스럽고 영리하다 하겠다.
처음 풍주(灃州)에 도착하여,길거리에서 기름에 튀긴 떡을
파는 노파를 만나, 금강경 의 주석서를 내려놓고 떡을 사서
점심(點心)을 하려고 하였는데 노파가 물었다.
“등에 지고 있던 것은 무엇이오?”
“ 금강경 의 주석서요.”
“ 내가 한 가지 물을 게 있는데 만일 그대가 답한다면 이 기
름에 튀긴 떡을 그냥 보시하여 점심을 드리겠지만,대답하지 못
할 경우엔 다른 곳을 찾아가 먹도록 하시오.”
“ 묻기만 하시오.”
“ 금강경 에 ‘과거의 마음도 얻지 못하며,현재의 마음도 얻
지 못하고,미래의 마음도 얻지 못한다’하였는데,스님은 어느
마음을 점검하려 합니까?”덕산스님이 말을 못 하자 노파는 용
담(龍潭)스님을 찾아가라고 가르쳐 주었다.
덕산스님은 문턱에 서자마자 물었다.“용담스님!늘 흠모했
었습니다.헌데 와서 뵈오니 연못[潭]도 보이지 않고 용(龍)또
한 나타나질 않네요.”
용담스님이 병풍 뒤에 몸을 숨기고 말하였다.
“그대가 몸소 용담에 왔네.”
덕산스님이 이에 절을 올리고 물러 나왔다.밤이 되자 용담
스님의 방으로 들어가 옆에서 모시고 섰는데 밤이 깊어갔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