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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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59


                 버렸다”는 그의 말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어디가 간파한 점
                 인가?말해 보라.덕산스님을 간파했는가,위산스님을 간파했는
                 가?
                   덕산스님이 문에 이르렀을 때 본전을 뽑으려고 혼자서 중얼
                 거렸다.“경솔해서는 안 되지…….”이는 위산스님과 오장(五臟)
                 을 드러내 놓고 한바탕 법담을 겨루려고[法戰]했던 것이다.다

                 시 위의를 갖추고 되돌아와 뵈었다.위산스님이 앉으려 하자 덕
                 산스님은 (예를 올리려고)좌구를 들면서 “스님”하고 부르자,
                 위산스님이 (인사받을 준비로써)불자(拂子)를 집으려고 하였다.
                 그러자 덕산스님이 소리를 지른 뒤 소매를 떨치면서 나가 버렸
                 다.참으로 기특하다 할 만하다.
                   대중들은 흔히들 “위산스님이 그에게 겁을 주었다”고들 말하
                 지만 전혀 관계가 없다.위산스님 또한 허둥대지 않았다.그래
                 서 옛말에 “새를 능가하는 지혜가 있어야 새를 잡을 수 있고,

                 짐승을 능가하는 지혜가 있어야 짐승을 잡을 수 있으며,남보다
                 뛰어난 지혜가 있어야 남을 잡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선(禪)을 참구하면 온 누리 삼라만상 천당 지옥 풀잎
                 사람 축생이 일시에 소리를 외쳐도 그는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
                 선상(禪床)을 뒤엎고 큰 소리로 대중을 흩어 버린다 해도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을 것이다.높기는 하늘 같고 두텁기는 땅 같았
                 다.위산스님이 천하 사람의 혀를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는 솜

                 씨가 없었다면 그때에 덕산을 시험하기가 몹시 어려웠을 것이
                 며,1천5백 대중을 거느리는 선지식(善知識)이 아니었더라면 여
                 기에 이르러 대꾸하지도 못하였을 것이다.위산스님은 (장량처
                 럼)방안에서 작전을 세워 천 리 밖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덕산스님이 법당을 등지고 짚신을 신은 채 곧바로 나가 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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