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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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말해 보라,그 뜻이 무엇인가를.덕산스님이 이겼는가,졌
는가?위산스님이 이렇게 한 것이 이긴 것인가,진 것인가?
설두스님은 “간파해 버렸다”고 착어하였다.이는 그가 애써
고인의 어려운 말씀의 핵심을 꿰뚫어보았기에 비로소 이처럼
기특할 수 있었다.내[訥堂]가 말하건대,“설두스님이 두 번씩
‘간파해 버렸다’라고 착어하여 두 동강을 내어 이 공안을 밝혔
으니,이는 마치 곁에 있던 제삼자가 두 사람을 단안 내려주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그 뒤 위산스님이 느긋하게 석양 무렵에 이르러서야 수좌에
게 “아까 새로 왔던 스님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하고 묻자,
“그 당시에 법당을 등지고 짚신을 신고서 나가 버렸습니다”라
고 답하니,위산스님은 “그 사람은 후일 고봉정상에 암자를 짓
고서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욕할 것이다”하였다.말해 보라,
그 뜻이 무엇인가를.위산스님은 좋은 뜻으로 그런 것은 아니
다.덕산스님이 그 후로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욕하기를 비바람
치듯 했으나,여전히 그(위산스님)의 소굴에서 나오질 못하고
이 늙은이에게 일상의 솜씨를 간파당하고 말았다.이렇게 되면
위산스님이 그에게 수기(受記)를 주었다고 해야 할까?아니면,
연못[澤]이 넓어서 산(山)을 집어넣을 만하고 살쾡이가 표범을
굴복시켰다고 해야 할까?*만약 이와 같다면 좋아하고 있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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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런 관계가 없다.
설두스님은 이 공안의 핵심을 알았으므로 감히 덕산스님을
위하여 단안을 내려 다시 이를 “설상가상”이라 착어하여 거듭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하였던 것이다.만일 이를 알아차릴 수만
*택(澤)은 위산(潙山),산(山)은 덕(德)을 비유하고,살쾡이는 위산을,표범은 덕산을
비유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