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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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 한 것이라고 하는데 참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그가
이처럼 한 것을 보면 꽤 기특하기도 하다.이 때문에 이르기를
“무리 가운데에서 뛰어나려면 모름지기 영특한 놈이라야 하며,
뛰어난 놈에게 필적할 만한 것이 바로 사자이다.부처를 선발하
는 데 이 같은 안목이 없다면 설령 천 년을 지낸들 또한 무엇
하랴!”고 했다.여기에 이르러서는 사방으로 통달한 도인[作家]
이라야 비로소 이를 알아차릴 수 있다.왜냐하면 불법에는 잡다
한 것[許多事]이 없는데 어디에다가 정견(情見)을 붙일 수 있을
까?마음의 움직임[心機]에 허다한 번거로움이 있겠는가?
이 때문에 현사(玄沙)스님은 말하였다.“마치 가을 연못에 어
린 달 그림자와 같고 고요한 밤에 울리는 종소리와 같아서,두
드리더라도 이지러짐이 없고 파도에 부딪쳐도 흩어짐이 없는
상태에 이를지라도,이는 오히려 생사 언덕 위의 일이다.”이렇
게 되면 또한 득실과 옳고 그름도 없으며,기특함이나 현묘함도
없다.이미 기특함도 현묘함도 없으니 그가 동에서 서로,서에
서 동으로 왔다갔다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말해 보라,
그 뜻이 무엇인가를.
위산의 늙은이 또한 그에게 말려들지 않았다.만일 위산스님
이 아니었더라면 그에게 한 차례 당했을 것이다.위산의 노작가
선지식이 (덕산스님을)상대한 것을 보면 그저 넌지시 성패(成
敗)를 관찰했을 뿐이다.만일 찾아온 상대의 근기를 알아보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이와 같을 수 있었겠는가?
설두스님이 착어하였다.
“간파해 버렸다.”
마치 쇠말뚝 같구나.대중들은 이를 일컬어 착어(着語)라 한
다.비록 양쪽에 걸쳐 있지만 양쪽에 얽매이지 않는다.“간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