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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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83


               본칙
               혜초(慧超)스님이 법안(885~958)스님에게 여쭈었다.
                -무슨 말을 하는고?형틀을 짊어지고 진술서를 건네주는구나.

               “제가 스님께 여쭈오니 무엇이 부처입니까?”
                -무슨 말인고?눈알이 튀어나온다.
               법안스님이 말씀하셨다.
               “네가 혜초니라.”
                -똑 닮았네.이빨도 안 들어간다.몸을 홀딱 빼앗겼구나!


               평창
                   법안스님에게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대기(大機)가 있었고,

                 줄탁동시의 대용(大用)을 갖추었기에 비로소 이처럼 대답할 수
                 있었다.이는 이른바 소리와 빛을 초월하고 큰 자유자재를 얻
                 어,주거나 빼앗음을 때에 알맞게 하고 죽이고 살리는 것이 나
                 에게 있다는 것이니,참으로 기특하다.
                   그러나 이 공안을 여러 총림에서 이러쿵저러쿵하며,알음알
                 이로 이해하는 자도 적지 않다.이는,옛사람은 일언반구(一言
                 半句)를 설법하더라도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아서 곧바로 바
                 른 길을 열어 준다는 것을 모른 것이다.후인들은 오로지 언구

                 (言句)만을 따져 “혜초가 바로 부처이므로 법안스님이 이처럼
                 답하였다”고 한다.어떤 사람은 “소를 타고 소를 찾는 것과 꼭
                 닮았다”하고,어떤 사람은 “질문 그 자체가 바로 그것이다”라
                 고 하나 무슨 관계가 있으랴?만일 이같이 이해하면 자기를 저
                 버릴 뿐 아니라 또한 옛사람을 크게 욕되게 하는 일이다.
                   만일 법안스님의 솜씨의 전모를 보려 한다면 한 방 쳐도 머

                 리조차도 돌리지 않는 놈이,이빨은 칼 숲과 같고 입 속은 시뻘
                 겋고 말 밖에서 귀결처를 알았다 해도 겨우 조금 상응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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