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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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85
측감원이 곧장 “무엇이 부처입니까”하고 물으니,법안스님
은 “병정동자가 불을 구하는구나”라고 하였다.측감원은 이 말
이 떨어지자마자 완전히 깨쳤다.
요즈음 어떤 사람은 다만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는 알음알이
로 알려고 하니 이는 이른바 “원래 종기가 나지 않았으니 괜히
상처 내지 마라”고 한 것이다.이러한 공안을 오랫동안 참구한
자라면 한 번 말해도 곧바로 요점을 알 것이다.법안스님의 회
하(會下)에서는 이것을 ‘화살과 화살이 서로 맞부딪치는 것처럼
절묘한 공안이다’라고 한다.결코 (조동종의)오위군신(五位君
臣)과 (임제종의)사료간(四料簡)을 쓰지 않고 바로 화살과 화살
이 공중에서 맞부딪치는 것 같은 절묘한 공안만을 문제시한다.
그의 가풍이 이와 같아서 한 구절을 바로 보면 그 자리에서 당
장 깨닫지만,말에서 찾으며 생각하면 끝내 찾을 수 없다.
법안스님이 (청량사의)주지가 됨에 오백 대중을 거느렸으니
이때에 불법이 크게 흥성하였다.당시 덕소국사(德韶國師:891
~972)는 오랫동안 소산(疏山)스님에게 귀의하여 스스로 종지를
얻었다고 생각하여,이에 소산스님이 하신 평소의 글과 초상화
를 수집하고 대중을 거느리고 행각하였다.법안스님의 처소에
갔으나 그 또한 입실하지 않고,자기를 따르는 무리를 시켜 대
중을 따라서 입실하게 하였을 뿐이었다.하루는 법안스님이 법
좌에 오르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계의 근원 되는 한 방울 물입니까?”
“ 이것이 조계의 근원 되는 한 방울의 물이니라.”그 스님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물러나자,덕소스님은 대중 속에 있다가 그
말을 듣고서 대뜸 완전히 깨쳤다.그 후 (천태산의)주지가 되
어 법안스님의 법을 잇고는 송(頌)을 지어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