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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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현봉의 정상은
속세가 아니로다.
마음 밖에 법 없으니
보이는 것은 청산뿐이다.
법안스님께서 이를 인가하고서 말씀하셨다.
“이 게송 하나만으로도 나의 종풍을 계승할 만하다.그대는
훗날 제왕의 존경을 받으리니 나는 그대만 못하다.”
옛사람이 이처럼 깨달았던 것을 살펴보건대 이는 무슨 도리
인가?산승(원오스님 자신)에게 이를 말하도록 하지 말고 모름
지기 스스로가 항상 정신을 가다듬어라.이와 같이 덕소스님을
이해하면 언젠가 저잣거리[十字街頭]에서 사람을 지도하는 일
또한 어렵지 않을 것이다.그러므로 스님이 법안스님에게 “무엇
이 부처입니까”물으니,법안스님은 “네가 혜초”라고 하였다.
이 어찌 서로를 저버린 곳이 있겠는가?
듣지 못하였는가?운문스님이 “말해 줘도 스스로 살펴보지
못하면 곧 잘못되어 버린다.머뭇거리며 생각하면 어느 세월에
깨닫겠는가?”라고 한 말씀을.
설두스님이 뒤이어 송하여 참으로 뚜렷이 나타냈으니,거량
해 보리라.
송
강남의 나라에 봄바람 불지 않는데
-온 누리에 어느 곳에서 이런 소식을 얻었는가?모양이 벌써 드러났
구나!
두견새는 꽃 속 깊은 곳에서 지저귄다.
-지저귄들 무엇 하랴.또 바람에 흩날려 곡조가 바뀌었구나.어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