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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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87
러한 일이 있겠는가?
세 단계의 거친 폭포를 거슬러 올라 물고기는 용으로 변했건만
-길 하나를 뚫어 놓았다.대중을 속이지 말아라!용의 머리를 밟아 버
렸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직도 밤새워 연못물을 퍼내는구나.
-울타리와 벽을 더듬는구나(바깥 경계에 의지하는 것을 비유).문턱에
서 우물쭈물거리고 있네.납승에게 (이런 짓들이)무슨 쓸모가 있을
까?말뚝을 지키며 토끼를 기다리는 꼴이네.
평창
설두스님은 작가(作家)이다.씹기 어렵고 투철히 알아차리기
어려운 마디마디 뒤얽힌 옛사람의 말씀을 송(頌)하여 사람들에
게 이를 알아차리도록 해주었으니 참으로 기특한 일이다.설두
스님은 법안스님의 요점[關棙子:문빗장]을 알았으며,혜초(慧
超)스님의 핵심을 알았다.그는 또한 후인이 법안스님의 말을
잘못 알까 염려하였기에 송을 한 것이다.
이 스님은 이렇게 묻고,법안스님도 이처럼 대답한 것을 송
한 것이 바로 “강남의 나라에 봄바람 불지 않는데 두견새는 꽃
속 깊은 곳에서 지저귄다”이다.이 두 구절은 같은 이야기이다.
말해 보아라,설두스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
강서․강남 지방에서 흔히들 이를 두 가지로 이해하여,“강
남의 나라에는 봄바람 불지 않는다”는 구절은 “네가 혜초”라는
말에 대한 송으로서,이 소식은 가령 강남의 나라에는 봄바람마
저도 불지 않는다는 뜻을 노래한 것이라 한다.“두견새는 꽃 속
깊은 곳에서 지저귄다”는 구절을 놓고는 여러 총림에서 이러쿵
저러쿵하는 말들이 끝없이 많아,마치 두견새가 꽃 속 깊은 곳
에서 지저귀는 것을 송한 것처럼 생각하나,이와는 무슨 관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