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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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겠는가?이는 설두스님의 두 구절이 같은 이야기라는 것을
모른 것이다.
참으로 꿰맨 흔적이나 틈이 없이 분명히 그대에게 이르노니,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도의 실마리여서 하늘과 땅을 덮는다.그
가 “무엇이 부처입니까?”하고 묻자,법안스님은 “네가 혜초”라
하였으며,설두스님은 “강남의 나라에 봄바람 불지 않는데 두견
새는 꽃 속 깊은 곳에서 지저귄다”고 하였다.이를 깨치면 높은
하늘 위에서 홀로 걷겠지만,만일 그대가 알음알이를 짓는다면
삼생(三生)내지 육십겁(六十劫)을 허비하게 된다.
설두스님의 셋째․넷째 구절은 너무나 자비스러워 사람을
위해 혜초스님이 그 자리에서 크게 깨친 것을 일시에 설파한
것이다.“세 단계의 거친 폭포수를 거슬러 올라 고기가 용으로
변했건만 어리석은 사람은 아직도 밤새워 연못물을 퍼내는구
나”라고 했는데,우문(禹門)의 세 단계 폭포수는 맹진(孟津),즉
용문(龍門)이다.우임금이 이를 파서 세 단계로 만들었다.요즈
음도 3월 3일 복사꽃이 필 때면 천지의 기운에 감응하여 용문
폭포를 뚫고 올라가는 물고기가 있는데,머리에 뿔이 솟고 지느
러미가 높다랗게 돋아 구름을 치면서 (용이 되어)하늘로 올라
간다.반면 이 폭포를 뛰어넘지 못한 물고기는 이마에 푸른 점
만 찍혀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언어문자만을 되씹으니,이는 마치 밤새워
연못물을 퍼내 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흡사하다.물고기는 이미
용으로 변해 버렸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다고 하겠다.
나(원오스님)의 은사의 은사이신 백운 수단(白雲守端)스님에
게는 다음과 같은 송이 있다.
대광전(大光錢)한 푼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