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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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칙
취암의 눈썹[翠巖眉毛]
수시
알았다면 세속에서도 자유자재[受用]하여 마치 용이 물을 얻
고,범이 산을 의지한 것과 같겠지만,알지 못하면 세속의 이치
[世諦]에 끌려 다니니 마치 어린 염소의 뿔이 울타리에 걸려 꼼
짝하지 못하고,말뚝을 지키며 토끼를 기다리는[守株待兎]것과
같다.
때로는 ‘한 구절’이 땅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자와 같고,
때로는 ‘한 구절’이 금강왕의 보검과 같으며,때로는 ‘한 구절’
이 천하 사람들의 혀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하며,때로는 ‘한 구
절’이 파도와 물결을 따르게도 한다.만일 세속 속에서도 자유
자재하면 지음[知音:知己]을 만나 기연의 마땅함을 구별하고
길흉을 알아 서로가 서로를 증명한다.
그러나 만일 세속의 이치에 끌려 다닐 경우 진리를 보는 외
쪽눈[一隻眼]을 갖추면 시방(十方)에 틀어박혀 천 길의 벼랑 위
에 우뚝 설 수 있게 된다.그러므로 “대용(大用)이 눈앞에 나타
나니 일정한 준칙이 있지 않다”고 하였다.때로는 한 줄기의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