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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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93


                 암스님의 발목을 부러뜨렸음을 알지 못한다.
                   장경스님의 “솟아났다”는 말에 대하여 사람들은 흔히 “장경
                 스님이 취암스님에 좌지우지되었으므로 솟아났다”라고들 말들
                 하지만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다.이는 장경스님이 스스로 취암
                 스님의 견해를 뛰어넘어서 ‘솟아났다’라고 말한 줄을 모르는 것
                 이다.서로에게 각각 뛰어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그대에게 묻노니,무엇이 솟아난 것이냐?이는 마치 작가 선
                 지식 앞에서 금강왕 보검을 대뜸 사용한 것과 같은 것이다.상
                 류(常流:凡夫)의 견해를 타파하고 득실과 시비를 끊어 버려야
                 만이 비로소 장경스님이 그들과 주고받은 뜻을 알 수 있다.
                   운문스님이 “관문이다”하니,참으로 기특하다.이는 참구하
                 기 어려운 경지이다.운문스님은 한 글자로 선을 말하여 학인을
                 제접한 경우가 많다.비록 한 글자이나 그 속에서 세 구절이 갖
                 춰져 있다.저 옛사람들이 상대방에 적절하게 주고받은 말들을

                 살펴보면 자연 요즈음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데,(중요한 것은)
                 즉 한마디 해 붙일 때의 모양이다.그가 이처럼 말했지만 그 뜻
                 은 결코 그곳에 있지 않다.그곳에 있지 않은 이상,말해 보라,
                 어느 곳에 있는가?그것은 모름지기 자세하게 스스로 참구해야
                 만이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눈 밝은 사람이라면 하늘과 땅을
                 비춰 볼 수 있는 솜씨가 있어 대뜸 팔방으로 영롱하리라.설두
                 스님은 운문스님이 “관문이다”라고 했기 때문에 나머지 세 개

                 까지도 하나로 꿰어 송을 하였다.


               송
               취암스님이 학인들에게 법문하였으나
                -이 악당이 남의 애들을 버려 놓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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