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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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에 대답할 자 없었는데
-천 명이나 만 명 중에서 한 명 내지는 반 명이나 있을까?나눌 수 없
는 것을 나누었다.
관문이라고 대답하자
-참으로 기특한데 못 믿겠는가?운문 정도는 돼야지 이 같은 말을 이
해하리라.
(세 사람은)돈 잃고 죄까지 지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찍소리도 못 하네.설두스님이 잃은 돈도 적지 않
다.원오스님은 이렇게 말하자마자 대뜸 쳤다.
정신 흐린 보복스님을
-함께 가는 도반이 이런 짓거리를 하다니.(그런 녀석이)두서너 명은
되겠네.
칭찬해야 할지 꾸짖어야 할지 모르겠네.
-놓아주기도 하고 잡아들이기도 하는군.누가 생사를 함께하겠는가?
그를 비방하지 말아라!좋아하고 있네.전혀 관계가 없다.
수다쟁이 취암스님이여,
-이 불여우야!입을 닥쳐라!
분명 도적이로다.
-(이렇게)말해도 무방하다.도둑 잡았다.
흰 구슬에 티가 없으니
-알 수 있겠느냐?천하 사람들이 값을 모르네.
어느 누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구별하랴.
-가짜가 많은데도 산승은 원래부터 그것을 가릴 만한 안목이 없다.푸
른 눈에 오랑캐(달마스님)라면 또 모르지.
장경스님이 알아차렸으니
-이는 알음알이로 헤아린 것이니 비록 그라 해도 겨우 한 개는커녕
반 개도 얻지 못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