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P. 95

벽암록 上 95


               눈썹이 솟아났구나.
                -어느 곳에 있는가?머리에서 발끝까지 한 줄기의 풀잎조차도 없다.

               평창
                   설두스님이 이처럼 자비의 마음으로 송을 하여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면 어찌 선지식이라 불릴 수가 있었겠는가?옛
                 사람이 이처럼 말한 것은 모두 어쩔 수 없어서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후학들은 그 말에 집착하여 더더욱 알음알이를 내는 까
                 닭에 옛사람의 뜻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지금 갑자기 어떤 사

                 람이 나타나 선상(禪床)을 뒤엎고 큰 소리로 대중을 호령해도
                 그를 나무랄 수는 없다.비록 그렇다고는 하지만 모름지기 이
                 경지에 실제로 이르러야만이 된다.
                   설두스님은 “천고에 대답할 자 없었다”라고 했는데,취암스
                 님은 그저 “내 눈썹이 있는가”라고 말했을 뿐이다.무슨 기특한
                 뜻이 있다고 문득 “천고에 대답할 자 없다”고 하였을까?반드

                 시 알아야 할 것은,옛사람이 토해낸 일언반구는 괜히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모름지기 하늘과 땅을 꼼짝 못 하게 하는 안
                 목이 있어야만 된다.설두스님이 하신 일언반구는 마치 금강왕
                 보검,웅크리고 앉은 사자,전광석화와 같다.만일 정수리에 눈
                 [一隻眼:진리를 보는 눈]을 갖추지 않았다면 어찌 옛사람의
                 본뜻을 알았겠는가?취암스님의 대중 법문은 마침내 “천고에
                 대답할 자 없다”는 상태에까지 이르렀으니,이는 덕산스님의 몽
                 둥이[德山棒]와 임제스님의 소리침[臨濟喝]을 능가한다.말해 보
                 라,설두스님이 학인을 제접한 뜻은 어디에 있는가?그리고 그

                 대는 “천고에 대답할 자 없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였는가?
                   “(운문스님이)‘관문이다’라고 대답하자,(세 사람은)돈 잃고
                 죄지었다”라고 하였으니,그 뜻은 무엇인가?설령 관문을 꿰뚫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