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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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였다.마음이 곧 부처라 함은 알기 쉬워도 마음도 아니고 부
                 처도 아닌 경지에 이르기는 어렵다.여기에 이른 사람은 적다.
                   또다시 “향상인이 찾아왔을 때는 어떻게 하시렵니까?”라고
                 묻자,“북을 칠 줄 알지”하였다.향상인이란 곧 사무치게 초탈
                 하여 말끔한 사람이다.이 네 구절의 말을 총림에서는 종지(宗
                 旨)로 여겼으니,이를 화산스님의 네 차례 북 두드림[禾山四打

                 鼔]이라고 한다.
                   어떤 스님이 경청(鏡淸)스님에게 물었다.
                   “새해에도 불법이 있습니까?”
                   “ 있느니라.”
                   “ 무엇이 새해의 불법입니까?”
                   “ 정월 초하룻날이 되니 만물이 모두 새롭다.”
                   “ 대답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노승이 오늘은 손해를 보았군.”

                   이 대답은 마치 18종의 손해*를 본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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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어떤 스님이 정과(淨果)스님에게 물었다.
                   “높은 소나무에 학이 서 있을 때는 어떠합니까?”
                   “ 수치스런 곳에 발이 빠진 꼴이지.”
                   “ 모든 산에 눈이 뒤덮였을 때는 어떠합니까?”
                   “ 해가 돋아난 뒤에는 한바탕 수치니라.”
                   “ 회창(會昌)연간의 불법 사태를 겪을 때 호법선신(護法善神)

                 은 어디로 가버렸습니까?”
                   “ 삼문(三門)밖 두 놈이 창피를 당했다.”
                   이를 총림에서는 “세 번의 창피[三忄麽忄羅]”라고 말한다.



            * 18종의 손해[十八般失利]: 경덕전등록 에는 ‘일실리(一失利)’, 오등회원 에는
              ‘육실리(六失利)’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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