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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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목평스님은 후려쳤다.
그리고서는 “한 사람은 연자방아를 끌고 또 한 사람은 흙을
운반한다”고 말했다.
“대기(大機)를 드러내려면 천 균(鈞)의 활이어야만 한다”는
것은,설두스님은 이 대화를 삼만 근 쇠뇌로 비유하여 그가 수
행인을 지도했던 것을 내보여주려고 한 것이다.30근은 일 균
(一鈞)이니 천 균이란 삼만 근이다.사나운 용과 호랑이와 맹수
에게나 이 큰 활을 쏠 수 있지,뱁새처럼 자그만 짐승에게 가벼
이 쏘아서는 안 된다.그러므로 삼만 근 활로 생쥐를 쏠 수 없
는 것이다.
“상골산 노스님도 일찍이 공을 굴렸다”는 것은,설봉스님이
하루는 현사(玄沙)스님이 찾아오는 것을 보고 세 개의 나무 공
을 일제히 굴렸었다.현사스님이 공을 도끼로 찍는 시늉을 하
니,설봉스님은 그를 매우 칭찬한 적이 있었다.그러나 비록 모
두가 전기대용(全機大用)이 있긴 하나 화산스님의 해타고(解打
鼔)만은 못한 것이다.이는 매우 간결하고도 핵심을 찌른 것[徑
截]이므로 이해하기 어렵다.그래서 설두스님은 “화산스님의 북
칠 줄 안다는 것만 같겠느냐”고 한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말을 가지고 살림살이를 하며 그 유래를 모르
고 멋대로 해석할까 염려하셨기에 “그대에게 알리노니 제멋대
로 해석하지 마라!”고 하였다.이는 반드시 이러한 경지에 실제
로 이르러야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만약 제멋대로 이러쿵저러
쿵하지 않으면 “단 것은 달고 쓴 것은 쓴 것”이다.
설두스님이 이처럼 문제제기[拈]를 했지만 결국 (화산스님의
올가미를)뛰어넘지는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