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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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리어 그대가 나를 속였다.”
                   총림에서는 이를 보복스님의 네 번 속임[四瞞人]이라 말한다.
                   이와 함께 설봉스님의 네 개 칠통[四漆桶]의 경우도 모두가
                 예로부터 큰스님이 각각 심오하고 오묘한 종지를 드러내어 수
                 행인들을 제접한 기연들이다.
                   설두스님은 뒤이어 이 중의 하나를 인용하여,운문스님의 설

                 법을 빌려서 이 공안을 송하였다.

               송

               한 사람은 연자방아를 끌고
                -천하 제일인 천자의 칙명이다.문둥이가 짝을 이끌고 간다.향상인이
                 란 이렇구나.
               또 한 사람은 흙을 나른다.
                -야전사령관의 명령이다.두 죄인을 한꺼번에 처벌하라.동병상련(同
                 病相憐)이구나.
               대기(大機)를 드러내려면 천 균(鈞)짜리 활이어야만 한다.
                -삼만 근이라 해도 뚫지 못하리라.경솔하게 답변해서는 안 되지.죽
                 은 두꺼비가 돼서야 안 되지.
               일찍이 상골산(象骨山)노스님(설봉스님)이 공을 굴렸다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사람도 있었구나.구멍 없는 쇠망치이다.누가 그
                 걸 모르랴?

               화산(禾山)스님이 북을 칠 줄 안다는 것만 같겠느냐.
                -쇠말뚝이다.반드시 이 늙은이여야 할 수 있다.한 자식(설두스님)만
                 이 몸소 (그 도리를)얻었구나.

               그대에게 알리노니,
                -설두스님 또한 아직 꿈에도 보지 못했다.설상가상이로구나.그대는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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