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P. 142

142


                -진흙덩이 주무르는 놈들이 어찌 한둘이랴!모난 나무로 둥근 구멍을
                 막는 것처럼 잘 맞지 않는군.작가 선지식에게 제대로 채였구나.

               가련하다,애꾸눈 용(龍)이여!
                -한쪽 눈만 있군.(그대를 잡아매는)말뚝을 얻었을 뿐이다.
               결코 어금니와 발톱을 드러내지 않으니,
                -드러낼 만한 어금니와 발톱도 없는데 무슨 어금니와 발톱을 말하느
                 냐?그러나 그를 속이지 마라.

               어금니와 발톱을 벌리면
                -그대들은 보았느냐?설두스님이 그래도 조금은 나은 편이다.이러한
                 솜씨가 있었더라면 차 달이는 화로를 뒤엎어 버려라.

               구름과 우레가 생기나니
                -온 대지 사람들이 일시에 몽둥이질 당했네.천하의 납승들이 몸 붙일
                 곳이 없군.비도 안 오는 하늘에 뇌성벽력이다.

               바다를 범람시키는 파도를 몇 번이나 겪었던가?
                -곤장 72대의 죄가 도리어 150대의 죄가 되었구나.

               평창
                   “다그쳐 물어 오는 것이 찬바람이 일듯 하였지만,그 대처함
                 은 훌륭한 솜씨가 못 되었다”는 것은,마치 왕태부가 물은 곳이
                 도끼를 휘둘러 찬바람을 일으키는 듯하였다는 것이다.이 구절

                 은  장자(莊子) 에서 나온 말이다.영(郢)땅 사람이 벽에 진흙
                 을 바르다가 작은 틈이 하나 남아 있자 진흙을 둥실둥실 뭉쳐
                 그 구멍에 던져 메워 버렸다.그때 조그마한 진흙이 코끝에 튀
                 겼는데 곁에 있던 목수가 말하였다.
                   “틈을 메우는 그대의 솜씨가 너무나 훌륭하다.나는 이 도끼
                 를 휘둘러 그대의 코끝에 묻어 있는 진흙을 떼 주겠다.”
                   그의 코끝에 묻어 있는 진흙은 파리똥만큼이나 적었으나 목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