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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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43


                 수에게 깎아 보라고 하자 도끼를 휘둘러 바람을 일으키면서 진
                 흙을 모조리 제거하되,조금도 코를 다치지 않았으며,영 땅 사
                 람 또한 꼼짝 않고 서 있는 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한
                 다.이를 두고 이른바 “둘 다 정교하다”고 한다.낭상좌가 응수
                 하기는 했으나 훌륭한 말은 못 되었기에 설두스님은 “다그쳐
                 물어 오는 것이 찬바람 일듯 하였으나,그 대처함은 훌륭한 솜

                 씨가 못 되었다”고 말했던 것이다.
                   “가련하다,애꾸눈 용(龍)이여,결코 어금니와 발톱을 드러내
                 지 않더니”라고 명초가 한 말은 매우 기특하긴 하지만 아직은
                 구름을 일으키고 안개를 피워 내는 솜씨가 없는 데야 어찌하겠
                 는가.
                   설두스님은 곁에서 이를 긍정하지 않고 참지 못하여 그를 대
                 신하여 말한 것이다.설두스님은 은연중 그(태부)의 뜻에 맞추
                 어 “차 달이는 화로를 뒤엎어 버렸어야지”라고 노래한 것이다.

                   “어금니와 발톱을 벌리면 구름과 우레가 생기나니,바다를
                 범람시키는 파도 몇 번이나 겪었던가?”라고 하였는데,운문스님
                 은 “그대들에게 바다를 범람시키는 파도가 있기를 바라지 않으
                 나 물에 순응하는 뜻만 있어도 된다”고 하였다.그러므로 활구
                 에서 깨치면 영겁토록 잊지 않는다고 한다.
                   낭상좌와 명초의 어구는 죽은 것과 같다.팔팔 살아 있는 곳
                 을 보려고 하느냐?설두스님의 “차 달이는 화로를 뒤엎어 버렸

                 어야지”라는 말을 살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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